17년만의 코코아 아일랜드 재방문! 이번엔 가족 동반이라 Dhoni Suite 객실 두 개를 예약했습니다. (빌라를 예약했으면 좋았겠지만 예산이...) 출발일 아침 6시에 집에서 출발한 뒤 무려 21시간만에 말레 공항에 도착했어요. 짐을 찾고 나가니 리조트 직원이 우리를 환대해줬고 준비돼 있던 스피드 보트에 바로 오를 수 있었습니다. 우기였지만 날씨도 좋았어요. 매우 피곤했지만 시원한 밤바람이 상쾌했습니다. 샴발라(Shambhala) 향이 나는 차가운 타올을 받으니 17년전 밤 같은 시간 배에서 맡았던 그리운 기억이 다시 떠올랐어요. 리조트에 도착! 늦은 시간임에도 여러 직원이 우리를 환대해줬습니다. 웰컴 드링크를 받은 뒤, 늦은 시간이므로 바로 객실로 이동해서 체크인을 진행했어요. 객실에는 늦은 시간까지 식사를 못했을 우리 가족을 위한 샌드위치가 정갈하게 준비돼 있었습니다. 만든 지 얼마 안된 듯 신선하고 맛있는 샌드위치였어요. 저녁식사에 기내식까지 먹은 뒤라 배가 불렀는데도 가족 모두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어요.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침대에서 창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바다가 내가 몰디브에 있음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러 가 레스토랑에 앉으니 17년 전 감동이 다시 밀려왔어요. 이렇게 아침식사를 하고, 조금 쉬다가 스노클링을 하고, 객실 내 테라스(리조트에서는 Sun Deck이라고 하더군요)로 룸 서비스를 불러서 점심 식사를 하고, 썬베드에 누워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스노클링을 하거나 기나긴 모래톱으로 놀러가고,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보며 저녁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으로 향하고, 저녁식사를 느긋하게 즐긴 뒤 가족끼리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는 패턴이 이어졌습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정말 금세 흘러가더군요. 섬을 둘러싼 얕은 바다의 물빛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지만, 수중 환경도 아름다웠습니다. 다이빙은 하지 않고 스노클링만 하다 오긴 했지만, 매번 들어갈 때마다 수많은 물고기가 우리를 반겨줬습니다. 매일 두 번씩 스노클링을 했는데 하루 한번은 꼭 거북이를 만나 함께 수영했습니다. (사실 옆에서 거북이를 귀찮게 한 거겠지만…) 블랙 팁 상어도 여러 번 봤고 화이트 팁 상어도 만났습니다. 그래도 가장 인상깊었던 건 한 번 밖에 못 본 헤엄치는 가오리였습니다. 세 마리가 함께 헤엄하며 깊은 바다로 멀어지는 모습은 정말 우아했습니다. 섬 자체는 여전히 깨끗하고 아름답게 잘 관리되고 있었지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주변 섬들은 17년간 큰 변화를 겪었더군요. 주 섬인 Maafushi에는 10층짜리 건물도 올라가고 교도소의 길고 흰 벽도 보였고, 남쪽 섬에도 리조트와 인공 섬이 생겼습니다. 리브어보드 보트도 여러 대 보였고 como reef쪽 해협에는 지나가는 보트도 많이 늘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보트더군요. 몰디브 관광 산업이 많이 커진 것 같아요.) 이전엔 없던 남쪽으로 오가는 국내선 비행기와 수상비행기도 많이 늘었어요. 코코아 아일랜드가 자랑하는 모래톱 끝에는 투어 보트도 몇 대씩 들릅니다. 이전에 왔을 때는 정말 고립된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섬 주변을 지나는 보트나 비행기가 엄청 거슬리는 건 아닙니다. 레스토랑과 식사는 여전히 훌륭했습니다. 아침식사는 여전히 여러 단품 메뉴 중 고르는 형태였고, 과일과 빵 등은 뷔페 형태로 제공됐습니다. 점심과 저녁식사의 전채 요리와 메인 요리 모두 맛있어서 가족들이 행복해했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먹는 디저트도 훌륭했습니다. 메뉴 내에 몇 개씩 포함돼 있는 몰디브나 인도 스타일 요리도 매우 입에 잘 맞았습니다. 바와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모두 인상에 남습니다. 단순히 친절하기만 한 게 아니라 여유롭고 유머가 넘쳐 식사를 하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매번 우리 가족을 반겨주고 필리핀어로 인사를 나눴던 F&B 매니저인 Christian씨와, Michael씨, Fang씨, 그 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많은 직원들 덕에 가족 모두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에서 온 직원 분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미안하네요. 나쁜 기억력 때문에 ㅜㅜ) 저녁 식사때면 프론트 오피스 매니저인 Wisam씨와 총괄 관리자인 Vincent씨가 모든 투숙객을 만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하루가 어땠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일일이 챙기고 정보를 제공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성스럽게 준비해 준 썬셋 칵테일 파티도 기억에 남습니다. (쑥스러워하지 마시고 꼭 가세요. 약간 늦게 참석했는데 엄청 후회했습니다.) 슈퍼문 아래 준비해 준 서프라이즈 캔들라이트 디너도 잊지 못할 것 같네요. 정말 몰래 준비해 준 행사 덕에 밝은 달빛이 밝혀 주는 조용한 해변가 테이블에서 가족들끼리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보름이라, 레스토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천체망원경을 설치해 아이들이 달을 관찰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아마도 Celestron NexStar 6SE일거에요. 컴퓨터가 붙은 모델…) Zara씨가 아이들에게 북반구에서는 볼 수 없는 남십자성과 남십자성이 몰디브 사람들에게 가지는 의미, 그 외 별자리도 여럿 설명해줬습니다. 17년전에 만났을 가능성이 있는Zara씨는 숙박 내내 우리 가족을 여러 모로 신경 써 줬습니다. 아내가 넘어지면서 조금 다쳤는데 붕대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소염제를 제공해 줬고,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넷째 날 밤에 아내가 어지럼증을 호소했을 때도 리조트 내 간호사를 급히 호출해 아내를 정성껏 돌봐 주었습니다. (하필 휴가를 갈 즈음에 이석증이 생겼더군요. 돌아온 다음에야 알게 됐습니다.) 이 리뷰를 빌려 숙박 내내 여러 해프닝으로 괴롭혀 미안하다는 사과와 고마움을 Zara씨에게 표하고 싶습니다. 리조트에서 나올 때까지 아이들이 Zara씨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Wisam씨와 Zara씨가 배웅해주는 아쉬운 자리를 뒤로하고 섬을 떠났습니다. 운이 좋게도 배의 오른쪽으로 슈퍼문이 함께 하네요. 엄청 밝은 노란 달빛이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여행의 기억을 정리할 수 있어 마지막까지 행복했습니다. 올해 휴가는 가족